영웅주의
영화 아버지의 깃발에서 영웅주의는 어떤 영화적 장치로서의 주인공 띄우기와는 다릅니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국민들에게 승전보를 전달해 줄 매개체로서의 영웅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종의 매스컴 기획으로서 만들어진 영웅에 가까우며 전쟁에서의 사실적 업적을 수반하지만, 때로는 과정 되거나 조작되는 등 신뢰성의 문제를 야기합니다. 한편 역사적 일대기에서 몇몇 사건들은 국가의 진로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인류전체의 기억 속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며 상징적인 사건으로 각인됩니다. 연합국과 추축궁 중 하나인 일본 제국 사이에 벌어진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영화는 게 중에서도 태평양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광활한 바다와 수만 가지 섬에 걸친 이 거대한 싸움은 수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에서 송신되었고, 각각의 해석은 전쟁의 미디어적 양상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그러한 여러 전쟁 관련 미디어 이벤트 영화 아버지의 깃발은 태평양 전쟁과 대중매체가 선전하는 영웅묘사의 미묘한 역학적 관계를 세심하게 들여다봅니다. 매스컴이 전달하는 사진 속 병사들은 치열한 작전 중 찍힌 것이 아닌 이미 승리한 이후에 깃발을 꽂는 모습으로 이들 중 살아남은 3명이 본국으로 소환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됩니다.
이오지마
아버지의 깃발의 주무대는 일본 제국의 화산섬 이오지마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곳에서 양국 간의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며 관객들을 리얼한 전투의 한가운데로 실어 나릅니다. 영화의 주제적 메시지와는 별개로 전투 씬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참혹한 현실 그대로의 백병전과 참호전 등을 보여줍니다. 이미 여러 군도를 돌며 싸워온 용감한 미군임에도 불구하고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드는 일본군의 광기를 목격하며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벙커나 지하동굴에 숨은 병사들과 대치하며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서스펜스의 공포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각각의 주인공을 통해 군인들이 마주하는 참혹한 광경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개인의 역량과 기지를 통해 영웅적인 면모를 그리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갑니다. 이들의 용맹함은 마침내 전쟁의 승리로 빛나게 되며 고조된 긴장감은 사라지게 됩니다. 조 로젠탈의 퓰리처상 수상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불멸의 존재인 수리바치 산 정상에서 성조기를 게양하는 해병들의 상징적인 이미지는 역경을 물리친 영웅주의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오지마의 배경은 고국과의 거리감 있는 먼 장소이지만 대중매체에 의해 선전되며 세계 대전의 큰 줄기였던 만큼 디테일한 상황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써 자리 잡으며 한편으로는 미국인의 자부심을 새기며 영원히 대중에게 기억되게 됩니다.
대중매체
아버지의 깃발 이야기의 핵심은 사실상 전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는 대중 매체의 역할입니다. 모든 경제가 전시상황으로 돌아가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등, 고통을 수반하는 장기간의 국가적 운명을 건 싸움이기에 이러한 매스컴의 보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넓게 보면 이 또한 작전의 일부이며 실질적으로도 군인의 사기는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적 규모의 충돌이기에 그를 위한 선전 캠페인의 출현은 필수적입니다. 수많은 애국 전사들의 영웅적인 행위와 열정을 묘사한 이미지와 뉴스 영상은 국내외의 청중들에게 널리 퍼지며 전체주의와 제국주의 억압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영웅 이야기를 탄생시킵니다. 그러나 영광과 영웅주의의 겉면 아래에는 대중의 시야에서 가려진 어두운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아버지의 깃발은 주류 언론이 제공하는 호방한 분위기와 다르게 전투의 가혹한 진실을 폭로하면서 전쟁이 낳는 희생에 대해 조명합니다. 스크린에서 크레디트가 올라오고 조명이 가려질 때, 아버지의 깃발은 태평양 전쟁의 유산과 그것이 사회에 끼친 지속적인 영향에 대한 성찰을 암시합니다. 한편 주인공 3명 중 일부는 대중적 관심도에 피로도를 느끼고 아직도 현장에서 고분군투하는 전우들을 그리며 복귀합니다. 대중의 인기와 죄책감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미묘한 심리의 변이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휴머니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